발간사(發刊辭)

전주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 대동보편찬위원장 이동재

나무는 그 뿌리가 굳건해야, 온갖 풍파에 시달릴지라도 자신을 지탱할 왕성한 생명력과 활력을 지니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숲을 만듭니다. 그런 까닭에 뿌리는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지탱할 유기물 등 자양분을 꾸준히 흡입하다가, 부족함이 있으면 그 원천을 찾아 넓고 깊게 파고듭니다.

나무의 뿌리 전체를 채굴하여 측정한 무게와 지상에 펼쳐진 원통, 가지, 잎 등의 무게는 같다고 합니다. 이렇듯이, 뿌리는 흙 속에 묻혀있지만 나무의 든든한 받침대로서 그 생명을 유지시키고, 가지와 잎을 무성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곧 오늘의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뿌리이고, 나를 형성시키는 시원적 기초입니다. 족보는 바로 우리들 존재의 근원을 밝힌 책으로, 나를 기본으로 하는 한 씨족의 계통을 기록한, 한 가문의 혈통사이자 민족사를 세분화한 정사(正史)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금번, 우리 파의 시조 완풍대군 휘 원계의 제2남으로 태종 묘정에 배향되신 개국원종·정사·좌명공신 완산부원군 양도공 후손들의 대동보인 을미보(乙未譜)를 편찬, 발간하면서 새삼스레 ‘근원(根源)’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겨보았습니다.

극도로 발전해가는 물질문명과 개인주의·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시대적 현실 속에, 지금 우리는 전래의 미풍양속이었던 혈족끼리의 유대와 소통조차 명맥을 잇기가 버거워져가고 있습니다. 민법의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되고, 호적법의 변화로 가까운 선대(先代)가 어느 분인지조차 알기 어렵게 된 작금의 상황에서 가계사(家系史)인 족보마저 없다면 우리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막막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부 젊은 세대들의 미온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족보는 우리의 근원을 밝혀주고 정체성을 지켜주는 소중한 보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에 우리 양도공 종중에서 발행하는 을미보(乙未譜) 또한 1985년에 발행한 을축보(乙丑譜)에 이어서 30년 만에 이뤄지는 대동보 수보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서, 그 편찬 의의는 사뭇 지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족보를 통해 선조들의 행적과 사상을 익히고, 진정한 자아(自我)를 발견함으로써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설계하여, 물질문명에 매몰됨 없이 정신문화의 융성을 기하는 삶의 철학을 정립하여야 할 것입니다. 배금(拜金)주의 세태와 세계화, 다문화시대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족보를 단순히 씨족사회를 중시하는 봉건사회의 수구적 폐습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를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갈 삶의 지표를 설정하는 소중한 나침반으로서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유구한 세월 속에 연면히 이어진 자신의 뿌리를 알고, 선조와 후손, 수많은 혈족들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된다면 내 인생이 나만의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어, 현대인이 앓고 있는 ‘나 홀로’라는 고독의 병 또한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혈통의 끈끈한 동아줄이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며, 미래를 지향하는 소중한 보전(寶典)인 족보의 편찬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끝내 유지되어야 할 사업이 되어야 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대동보 을미보 편찬을 계기로 하여 보다 알차고 진정어린 효의 실현에 앞장서는 우리가 되고, 일가들 간에 더욱 단합하여 창검(槍劍)으로도 뚫을 수 없는 굳건한 일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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